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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타

<개구리를 잡으러 간 까닭>

인천도령 2017. 5. 11. 10:38
<개구리를 잡으러 간 까닭>

홍섬은 선조 때 영의정을 세 번이나 지낸 청백리이다. 그의 아버지인 홍언필 역시 여러 판서의 관직을 거쳐 영의정을 지냈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홍언필이 마루에 누워 한참 낮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배가 묵직해짐을 느꼈다. 무엇이 배를 누르나싶어 게슴츠레 눈을 떠보니 이게 왠일인가.

구렁이 한 마리가 배 위에 올라앉아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홍언필의 온몸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조금만 움직이면 구렁이가 그대로 달려들 태세였다.

홍언필은 누운 자세를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홍언필은 구렁이가 스스로 내려가기만을 기다렸으나 놈은 좀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마루 아래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막내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앗! 아버님 배 위에 있는 저게 뭐지?”

이제 겨우 여섯 살 난 막내아들은 바로 홍섬이었다.

그런데 막내는 아버지를 구할 생각은 안하고 서둘러 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홍언필이 누운 체로 눈만 돌려 그 모습을 보고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소리를 지르려 해도 워낙 위험한 상황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홍언필은 비록 어린 아들이지만 아비의 위급함을 그냥 지나치는 홍섬을 무척 야속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홍섬은 밖으로 사라진 게 아니었다. 잠시 후, 홍섬이 황급히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어디서 잡아왔는지 양손에는 개구리가 들려 있었다.

홍섬은 들고 있던 개구리를 마루 위에다 던졌다. 개구리를 본 구렁이는 날랜 동작으로 홍언필의 배 위에서 내려와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개구리를 잡으려고 쫓아갔다.

그리하여 홍언필은 무사히 화를 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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